금누리 꼴과 얼개

꼴.과.얼개

2003/04/08(22:35) from 211.200.135.189
작성자 : 이율 (yoolyool@magicn.com)	조회수 : 1145 , 줄수 : 32

움베르토 에코의 셈틀에 관한 생각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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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이 재미, 이 새로운 변화의 현기증.
가장 플라톤적 불면증에 시달리는 나의 플라톤적 독자 겸 작가여.
피네간의 경야(經夜)여,
오, 참하고 순한 짐승이여.
이 기계는 그대가 생각하는 것을 도와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대를 도와주기는 한다.
그대가 이 기계 대신 생각해야 하므로......
정말로 영적(靈的)인 기계.
거위 깃털로 글을 쓰려면 종이가 긁힐 뿐더러
잉크를 찍느라고 자주 쓰는 손길을 멈추지 않으면 안 된다.
게다가 생각은,
아파오는 손가락보다도 더 빨리 달린다.
타이핑하면 글자가 서로 달라붙기도 하고,
자간(字間)이 비좁아도 견디어야 할 뿐만 아니라
속도도 우리 신경의 속도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이놈 (혹은 이년)과 같이 일하면
손가락은 꿈을 꾸고,
마음은 자판(字板) 위에서 노닐어,
흡사 황금 날개를 달고 이 세상에 태어난 듯할 터이니,
마침내 이 기계와 처음으로 만나는 행복감과 함께
지극히 이성적인 광명과 마주하게 된다....."

움베르토 에코 "푸코의 진자" 가운데서,

셈틀은.
생각의 재미를,
또다른 재미로,
그리는 재밌는,
장난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