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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공예.셈

2005/10/28(12:01) from 211.196.78.5
작성자 : 김성태 (moen@7dmoen.com)	조회수 : 2077 , 줄수 : 68

ㄷ: 프랙탈아트 (쪽걸이 그림)

컴퓨터를 이용하여 예술작품을 제작하였던 첫 시기를 지적하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초창기에 컴퓨터를 사용한 사람들은 과학자, 수학자, 엔지니어 등의 계층이었기 때문에 예술작품으로 인정하기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아이오와의 체로키 출신으로 수학자겸 예술가인 라포스키Ben F. Laposky가 1950년에 제작한 선구적인 작품인 ‘오실론oscillons’ 또는 ‘전자 추상화electronic abstractions’는 전자 기계로 만든 첫 작품 이미지로 여겨지고 있다. 이후 컴퓨터 아트는 눈부신 발전을 이루게 된다. 초창기에는 점, 선, 면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이 흑백 모니터에 나타나게 되었고, 이후 컬러 모니터와 3차원의 프로그램으로까지 발전을 하게 된다. 3차원적 효과를 모델링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몇 가지 자연현상의 묘사는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었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많은 무작위성과 복잡한 모양들에 대한 수학적 모델링에서의 커다란 성공이 바로 프랙탈에 의해 만들어졌다.
1980년대 초 IBM에 근무하던 리처드 보스Richard Voss는 프랙탈을 응용하는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는 산악지대와 구름이 가득 찬 하늘을 아름다운 구성으로 제작하였다. 보스는 프랙탈의 차원을 변화시킴으로써 자신의 이미지들을 변형시켰는데, 이후 수학적 구조로써 자연을 재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프랙탈은 다른 어떤 기법들도 하지 못하였던 방법으로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그림 1) 리처드 보스『Changing the Fractal Dimension』, 1983

뉴미디어 아트의 성과를 집결하고 평가하는 대표적인 두 기관으로 오스트리아 린츠에 있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센터Ars Electronica Center’(http://www.aec.at)와 독일 남서부 도시 카를루스의 ‘예술매체센터ZKM(http://www.zkm.de)를 들 수 있다. 이들은 매년 뉴미디어 아트 관련 기획전과 페스티벌을 개최해 왔는데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센터는 1970년대 말부터 기술과 예술의 결합이 어떤 가능성을 보여 줄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매년 열리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을 통해 음악, 미술, 공연, 영화 등 예술 각 분야에 전자 기술이 미친 막대한 영향력을 검증해 온 것이다. 프랙탈 관련 작품으로는 1987년 제프 브라이스Jeff Brice의『Fractal Pop - dedicated to Andy Warhol』이라는 프랙탈 작품이 출품 된 적이 있다. 또한 1990년의 ‘아르스 엘렉트로니카’는 ‘디지털꿈-허상세계Digital Dreams - Virtual World’라는 제목으로 개최되었는데, 매체 간 행위예술과 설치작품 등과 더불어 프랙탈이 큰 주제가 되었다.
컴퓨터에 의해 프랙탈을 만드는 데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첫째로, z = z2+c의 반복계산에 의한 대수학적 방법이 있다. 주로 만델브로트와 줄리아 집합의 이미지들이 바로 그것인데 이 이미지들은 그림의 작은 일부분을 확대하더라도 전체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고 이것이 무한으로 반복된다. 전체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고 이것이 무한으로 반복된다.
두 번째로, 위상수학, 통계이론 그리고 프랙탈 기하학을 혼합한 개념인 랜덤 프로세스에 의한 방법이 있다. 만델브로트가 최초로 제안한 비정수 브라운 운동방법인데, 사진과 혼동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정경의 작품들이다. 컴퓨터 아트에서 표현이 곤란한 질감이나 표면 형태에 대하여 자연스러운 표현을 위하여 이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세 번째로, 컴퓨터 그래픽 응용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프랙탈 이미지와 다른 회화적 이미지를 합성하여 작품을 만들 수 있다. 2차원과 3차원 프로그램에서 만들 수 있으며 현재 대부분의 작가들은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1) 데이미언 존스

영국에서 태어난 존스Damien M. Jones는 15세부터 프랙탈 생성 프로그램으로 프랙탈 이미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존스는 1995년부터 프랙탈을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작품으로서 제작하기 시작하였는데 이후 그의 작품들은 책 표지, 달력, 포스터, 국제적인 전시회 등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존스는 1996년부터 www. fractalus.com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사이트는 프랙탈 콘테스트를 개최하고 있고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Mandel Frui』는 만델브로트 형상을 응용한 작품으로 불규칙하고 기이한 형상, 화려한 색상 등으로 흥미를 유도하고 있다. 가운데 크게 자리 잡고 있는 만델브로트 이미지 주변에 일정하고 반복적인 무늬들이 형성되어 있다. 만델브로트나 줄리아 이미지는 컴퓨터 아트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초창기에 즐겨 사용하였던 이미지들이다.『Mandel Frui』는 눈에 익은 이미지와 복잡한 무늬를 사용한 존스의 초창기 작품에 해당된다. 이후 존스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들은 컴퓨터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만델브로트나 줄리아 이미지를 직접 사용하기 보다는 동?식물 등 자연물을 모방하거나 합성?변형 된 작품들을 많이 발표하였다.

그림 2) Damien M. Jones 『Mandel Frui』

2) 자넷 파키
캐나다의 프랙탈 작가인 자넷 파키Janet Parke의 작품은 기존의 프랙탈 이미지와 회화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프랙탈 이미지의 원류인 만델브로트나 줄리아 이미지에 충실하면서도 사물이나 자연현상을 잘 재현하고 있다. 파키는 그의 작업방법에 대해 “나는 주로 수치를 이용한 방법으로 프랙탈 이미지를 생성한다. 이렇게 생성된 이미지들과 다른 이미지들의 레이어layer들을 합성하여 작품을 만든다.” 파키의 전체적인 작품경향은 자칫 날카로울 수 있는 프랙탈 이미지를 부드럽게 처리하고 있으며 화려한 색상보다는 단색 계열의 색조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Then I Saw A New Heaven』이라는 작품에서는 중간부분에 산을 그려 넣어 그래픽과 회화의 접목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그림 3) Janet Parke『Then I Saw A New Heaven』

3) 켄 무스그레이브

예일대학에서 만델브로트와 함께 작업을 했던 켄 무스그레이브Ken Mus-grave는 처음에는 프로그래머였으나 훗날 컴퓨터 아티스트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다. 그는 모든 작품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창작하였는데, 이러한 작품들을 켄은 ‘알고리즘 예술Algorithmic Art’이라고 불렀다. 스스로 ‘알고리즘 아티스트Algorithmic Computer Artist’라 부르기도 한 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형태가 일정하게 변해가는 다양한 자연물이나 자연 현상을 만들었다. 한 예로 미립자가 물의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사용될 때 그것들의 밀도, 응집력, 투명도, 굴절률 등과 같은 속성을 부여하여 섬세한 표현을 만들어 냈다. 미립자에는 수명이 있고 그 기간 동안 일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다가 사라지거나 다른 부분과 합쳐진다. 모든 절차적 모델링 기법 중에서 미립자 시스템은 자연적인 구성요소의 역동적 모형을 가장 잘 만들어내는 것 중 하나이다. 이 기법은 특별한 형태가 아닌 구나 점 같은 형태의 수많은 미립자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 미립자들은 물이나 불같은 요소의 특징을 정의하는 규칙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 변하는 형태로 그룹지어진다. 켄은 영화에서 자연현상을 위한 특수효과도 제작하였다. 1997년 디지털 도메인Digital Domain의 짐 카메론 감독과 함께 영화 타이타닉Titanic에서의 바닷물 장면을 컴퓨터를 사용하여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그림 4) Ken Musgrave『Planet Mandelbrot』, 1992

4) 가와구치 요이치로
도쿄대학 인공물 공학 연구센터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가와구치 요이치로(河口洋一郞)는 1975년부터 컴퓨터 아트를 시작해서 현재 세계적인 컴퓨터 그래픽 아티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성장의 알고리즘을 사용한 ‘성장 모델Growth Model’이라는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확립하여 자체 증식하는 인공 생명의 미디어 도시를 창출해 내었다. 가와구치는 프랙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 아니라 독창적인 성장 모델을 만들었지만 그 형태가 우연히도 프랙탈의 이미지들과 닮았다. 가와구치는 암모나이트, 조개껍질, 양이나 사슴의 뿔, 상아, 발톱, 촉수, 산호 등의 성장과정을 그 요소 레벨로 단순화시켜 관찰하고, 거기서 일정한 조형의 규칙을 찾아내었다. 그는 이러한 형태들이 시간 속에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형태의 알고리즘’이라는 발상을 얻게 되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학이 필요했다.
가와구치는 밀도 높은 형상화를 위한 자기조직self-organizing화 수법으로서, 독자적으로 복잡한 생명체의 알고리즘을 개발하였다. 자기조직적인 이미지들은 무기적 미디어인 컴퓨터 속에서 생생한 생명체를 만들고, 그 사이버 공간에서 살아가는 인공적인 생명체들은 단순한 프랙탈 이미지를 넘어 선 것이었다. 따라서 ‘시간의 예술’에서 어떤 형상의 발생, 성장, 진화를 프로그래밍하고 일정한 규칙 하에 점차적으로 발생시켜 철저하게 수리화, 구조화 하였다. 그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은 마치 생명체들이 자연의 법칙을 따라가면서도 갖가지 개성을 만들어 내듯이, 갖가지 변수를 채용하면서 끊임없이 유동하는 중에서 새로운 형태를 스스로 발견해 나간다.
초기의 출력은 와이어프레임wireframe에 의한 애니메이션에 불과하였으나, 컴퓨터의 계산능력과 화상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색채가 가해지고 부드럽게 렌더링 되면서 풍부한 표현이 가능해져, 거의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외관과 움직임이 실현되었다. 3차원 셀 오토마톤의 원리를 이용한『Artificial Life Metropolis ‘Cell’』(1993, HDTV)에서 보는 것처럼, 입체영상을 포함한 HDTV를 통한 뛰어난 현실감과 자율성을 실현하고 있다. 우주 어딘가의 혹성에 있을지도 모르는 미지의 생명체, 그런 이미지를 방불케 하는 가와구치의 작품들은 생생하고 약동적이며 때로는 무서울 정도의 이색감을 나타낸다. 만델브로트의 프랙탈이 수학에서 예술로의 발전이라면 가와구치는 예술을 수학화 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림 5) 가와구치『Growth Model』

5) 카를로스 긴즈버그

긴즈버그Carlos Ginzburg의 작품들은 다수의 스케일이 내재된 자기유사성의 포토몽타쥬photomontage 추상형태들을 나타난다. 1970년대부터 프랙탈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긴즈버그는 80년대에 들어서 작가나 미학자들과 함께 프랙탈에 대한 사상을 공유하였다.『Homo Fractalous Ⅱ』는 거대한 스케일의 표면에 들쑥날쑥한 부분들이 꼴라쥬 되어 있으며 전체와 부분의 상호 유사한 특성을 드러낸다.

그림 6) Carlos Ginzburg 『Homo Fractalous Ⅱ』 1999-2000, painting with collage on wood

6) 석도열

예술은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며 삶의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예술 창작에서 종교적 동기?의미가 비중 있게 다루어져 왔다는 사실은 과거의 미술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문화유산도 상당수가 불교의 영향을 받았으며 삶의 철학에도 불교가 깊숙이 뿌리 내려져 있다. 현대의 불교미술은 서양미술에 비해 창작과 조형적인 면에 있어서 시대적 감각이 결여되었다는 일부의 생각과 그에 대한 무관심으로 전통의 단절이라는 위기까지 처해지고 있다. 석도열은 최근 불교미술을 현대적 미감으로 승화시키고 그의 작품을 통해 삶의 방향 제시와 영적인 계시를 암시하고 있다.
석도열은 선종(禪宗)의 승려인데 티베트 밀교(密敎) 수행법의 하나인 만다라 명상을 통해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다라를 새롭게 재현하고 있다. 만다라는 티베트 불교 미술을 대표하는데 밀교의 행자(行者)가 명상을 통하여 우주의 핵심을 알고자 하는 안내도이다. 만다라는 산스크리트어로 ‘MANDA(본질)’라는 어간과 ‘LA(소유, 성취)’라는 접미사로 이루어진 말이다. 우주의 본질 또는 생명의 진수가 가득한 원형의 바퀴를 뜻한다. 조화와 질서가 있는 완전 체계의 도식화로 기하학적 도형을 이루며, 각 도형에 신들의 형상이 그려져 있다. 만다라는 원래 대지 위에 토단(土壇)을 쌓고 신의 강림을 기원하기 위해 왕궁의 모형을 한 성역공간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후 운반이 가능한 샌드 만다라로 바뀌어 본당 안으로 옮겨졌으며, 명상용으로 그려진 벽화나 두루마리 만다라가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티베트 만다라의 구성은 원과 사각형을 기본으로 하며, 중심의 내원(內圓)에는 대일여래(大日如來)를 위시한 4불 4보살을 체계적으로 배치한다. 바탕을 대각선으로 구획하여 각 방위에 해당하는 색을 칠한다. 그 색은 종파마다 조금씩 다르게 사용하는데 제일 바깥 원에는 청(靑), 적(赤), 흑(黑), 백(白), 황(黃)의 오색으로 화염(火炎)의 무늬를 묘사한다. 이것은 다섯 부처의 신체를 상징하는 신성한 색으로서 외부의 적을 화염으로써 막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만다라는 중심의 상징으로, 자기 삶의 중심을 발견하도록 도와준다. 아울러 무한 공간과 시간을 포괄하는 영원성의 상징이며, 창조와 변혁을 거듭하는 역동적 리듬과 파동을 암시하기도 한다.
만다라는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분석심리학의 대가인 칼 융Carl Gustav Jung은 만다라를 ‘개성을 부여하는 과정의 표상Figure of individuation process’으로 보았다. 이는 곧 인간의 내면의 근원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 의식과는 완전히 다른 어떤 또 다른 법칙을 따라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원형적 이미지Archetypal image와도 같다는 것이다. 칼 융은 과정 속의 표상의 단계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원형으로서의 자기의식의 단계로 원형적 이미지나 원형의 심상을 추구하는 만다라이다. 이는 인간 내적 세계의 선험성apriority을 추구할 수 있는 좋은 불교적 요소임에 틀림이 없다. 결국 만다라는 실재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 진리의 시각적 인식 방법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석도열의 1999년도 작품인『만다라 99』에서는 끊임없는 세상사의 윤회와 사선구도로 인한 역동적인 움직임, 투박한 캔버스의 효과로 리듬감과 파동성을 느낄 수 있다. 석도열은 항상 새로움을 배우고 또 작품에 반영한다. 더구나 유화물감을 이용해 작품을 그리던 그가 컴퓨터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작품을 만듦으로써 4차원적 조형에 대한 그의 상상력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신조형주의 이론을 통해 완전한 추상회화에 이르렀던 몬드리안은 그의 작품에서 보편적인 조형요소인 수평과 수직선만이 남았으며 빨강, 노랑, 파랑의 삼원색의 엄격한 조형원리로 이 세상의 무질서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는 것을 미술의 목적으로 삼고 대립과 균형을 이루어 나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몬드리안과는 대조적으로 석도열은 삼라만상을 품으려는 복잡한 만다라의 엄격한 조형원리와 그 깊은 의미를 작품 속에 내포시킴으로써 그의 미술의 목적으로 삼았다.

그림 7) 석도열『mandala99』,1999

『만다라 99』에서 레이어(층, Layer)는 아주 깊어 보인다. 그가 사용한 포토샵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은 합성을 할 경우 레이어라는 도구를 사용한다. 하나하나의 그림이 포개어 질수록 작품의 깊이가 깊어지며 복잡해진다. 그리고 포개어지는 작품의 의미 또한 깊어진다. 작품의 위와 아래에 그려진 회오라기는 수 천년 동안의 윤회를 상징;하고 무한한 공간과 시간의 영원성은 부처의 자비가 뉴 밀레니엄에서도 이어지기를 바라는 작가의 불자적인 심성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회오라기는 기운생동(氣運生動)을 연상시킬 만한 기(氣)의 리듬을 발생한다.
회오라기는 동(動)을 뜻한다. 일찍이 헤라클레이토스는 ‘사람은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고 하였다. 이 말은 ‘우리는 같은 강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것 같지만 강물은 계속 흐르고 있으므로 이미 같은 강물은 아니다. 따라서 강은 존재하면서도 더 이상 그 자리에 같은 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 또한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하는 것은 오직 변화뿐이다.’라는 의미이다. 헤라클레이토스의 만물유전(萬物流轉)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석가모니의 제행무상(諸行無常)의 맥과 같이 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상은 석도열의 작품에서도 찾을 수 있다. 만다라를 하나의 예술적 결과물로 볼 때, 그것은 작가로부터 유리된 채 객관적 익명의 대상으로만 감상되지 않는다. 만다라는 작가의 심상(心象)에 떠오른 형상과 삶의 체험이 투영된 것이기에 종교와 삶과 예술이 어우러진 창작품이라 할 수 있다.『만다라-N』은 석도열의 색깔이 뚜렷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3차원의 공간보다는 오히려 신(神)과 만나는 4차원의 공간을 나타내고 있는 점과 선, 면으로 이루어진 2차원 도형에 상징적 색채와 신상(神像)들을 구성하여 4차원의 명상 공간을 창출한다. 만다라를 둘러싸고 있는 혹은 떠받치고 있는 네 개의 바위 같은 지지대는 그 위치가 매우 애매모호하게 그려졌다. 얼핏 보기에는 만다라의 위에 얹어 있는 느낌이지만 반 투명적인 효과로 만다라의 아래를 떠받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마치 세잔의 생트빅투아르산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그림 8) 석도열『mandala-n』,1999

세잔은 생트빅투아르산에서 선적인 명확성과 원근법적인 정확성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정확한 공간 위치를 정하지 않거나, 예술가의 관점의 위치를 숨겼다. 따라서 Illusionistic cat and mouse(2차원 평면 속에서 3차원적인 입체성이 드러났다가도 숨어 버리는 방식)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지각의 복잡함과 애매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만다라-N』에서도 이러한 효과를 내기 위하여 빠싸쥐passage 기법을 응용하여 각 오브제들을 우둘툴한 선들로 경계들을 연결 시켜 주고 있다.
만다라는 현실의 세계가 아닌 4차원 속에 존재하는 조형물이다. 그의 작품은 2차원이며 우리는 3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다. 때로는 그의 작품에 분수차원을 가진 프랙탈 이미지가 들어가기도 한다. 현실을 뛰어 넘어 다차원의 공간을 드나들면서 현실과 이상의 공간을 구분하지 않고 비현실 세계를 현실과 연결시킴으로 인간의 잠재된 의식을 화면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 석도열은 작가의 심상(心象)에 떠오른 형상과 삶의 체험이 투영됨으로써 종교와 삶과 예술이 어우러진 창작품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