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누리 금속공예.셈

금속.공예.셈

2005/03/22(03:35) from 211.40.11.51
작성자 : 손윤희	조회수 : 816 , 줄수 : 14

너와 나 사이에서 잊어버린 제다움 찾기.2

의식의 밑으로 침잠하기를 즐기는 나는 타자와 관계하고 있는 동안에도 종종 의식의 반을 닫아 놓을 때가 많다. 그런 상태로 사람을 관찰하기.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기를 좋아한다.
이런 바라보기는 유년시절 나 자신을 둘러싼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습득한 것으로 자신은 고치 안에서 완전하기를 원했던 어린아이가 선택한 작은 상실이다.
나는 두 가지 방법으로 세상을 본다. 하나는 동생을 통해서 ...두 살 터울의 여동생은 폐쇄적 성향의 나에게 유일하게 열려있는 외부와의 연결고리였다. 그녀는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고 그것은 책 읽기에서 필요한 상상력이 동원되어야 했다.
두 번째는 내 자신이 주체가 되어 바라보는 것으로 필요한 기관은 시각 뿐 이었으므로, 이것은 어느 것 이나 불완전한 바라보기가 된다. 영화를 영상과 소리를 따로 듣고 끼워 맞추어 다시금 재생시키는 것과 다름 아니다. 결국 이 바라보기는 어느 쪽도 완전하지 않다.
불완전함은 내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이기도 하다. 나는 중심이 아닌 주변, 소외된 계층과, 기형, 부조화속에서 인간이 경험하게 되는 상실에 관심을 갖는다.
현대사회가 불러 오는 상실은 그 주체에서 인간성이 결여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인간들이 자아와 타자 사이에서 상실을 경험하게 되는 것 또한 주체적으로 불완전하기 때문 이라고 본다. 인간이 마주하게 되는 상실의 원인이, 주체의 가장 근원적인 장소인 무의식의 영역에서 이미 그 원인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

무의식의 영역에서 주체의 붕괴를 목격한 이는 정신분석학자인 자크 라캉이다. 그는 그의 이론의 출발이자 핵심인 거울단계 이론을 통해 주체가 그 형성의 계기에서부터 소외의 조건을 안고 있음을 간파했다. 그에 의하면 주체의 형성은 운동능력이 미숙한6 ~18개월의 유아가 거울속의 이미지를 봄으로서 자신을 주위와 분리된 총체적 이미지로 오인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라캉은 거울단계를, ‘파편화된 신체이미지에서 정형 외과적(똑바로 설 수 있게 하는) 총체성의 형태로 확장되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분리된 아이덴티티의 갑옷을 취하게 되는 일련의 환상’으로 이루어진 ‘드라마’ 라고 한다. 불완전한 신체를 극복하고 정체성이라는 비젼에 의해 바로 서게 되는 것이, 더 정확하게는 바로 선 것으로 오인하는 것이 주체형성의 과정이며, 따라서 그것은 결코 완성되지 않는 드라마이다. 주체는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환상이며 정체성은 타자와의 관계를 끊임없이 왜곡시키면서 형성된 주체의 외피일 뿐이다. 상상적 완전성에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형성되는 주체는 근본적으로 가짜인 것이다.
거울단계에서의 유아가 어머니의 모습이나 시선에 의존하여 상상적 총체성을 향하여 나아가듯이 타자의 시선은 주체형성의 조건인데, 상징계 에서는 주체보다 선행하는 자율적 구조인 언어로 주체가 형성되므로 주체의 근원은 전적으로 타자가 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근원적으로 주체의 이미지나 이미지화가 안고 있는 영원한 소외와 결핍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타자와 관계하며 살아간다.
자아와 타자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가지 국면들을 작업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인데, 여기서 타자란 타인, 현대 사회, 역사, 언어다. 현재를 사는 주체적으로 불완전한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상실을 스스로 보는 시각을 통해 보고 사회와 인간에 대해 이야기 한다.
결국 아주 작은 소리로 말하기가 될 것이다. 애초에 아무도 듣기를 원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작업은 그와 나만의 대화였다. 그러나 타자들은 이것도 허용하지 않고 무슨 말을 하느냐고 따져 묻는다. 그래서 나는 또 그들의 언어로 설명해주려 한참을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이렇게 드러내는 것 또한 작은 상실이며..나는 또 하나의 외피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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