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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눈.과.빛 |
| 2015/12/14(19:56) from Anonymous Host | |
| 작성자 : 정보람 | 조회수 : 1093 , 줄수 : 107 |
| 12/7 강의내용 정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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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승님과 함께 한 마지막 강의 > 1. 정보람 선비의 여쭘 : 금누리 글꼴은 투시도법이 적용된 디자인이라 생각됩니다. 맞는지요? * 스승님의 응하신 말씀 - 투시도를 적용할 수도 있게 디자인 된 것이다. 입체지각의 특성을 사용한 것이다. 글꼴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2차원 적인 도형이다. 평평한 종이 위에 쓰거나 그리거나 찍히는 것이다. 금누리 글꼴은 기본적으로 입체지각의 특성을 2차원화 한 것에 특색이 있다. - 이것이 효율적인 이유는, 예전에 한글을 만들 때는 입체적지각의 상황이 지금과는 달랐다. 예를 들면 과거 세종대왕과 집현전의 학자들이 입체와 공간을 지각하는 것과 현대인이 입체와 공간을 지각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보기를 들면 조선시대 의궤 그림들을 살펴보면 전문가가 그린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입체지각이 들어있지 않다. 투시도법과 같은 입체지각은 지금으로부터 약 500년 전 르네상스 시대부터 생기기 시작했다. 곧 내가 당시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서 세종대왕에게 이러한 원리를 설명해주면 당연히 세종대왕도 이를 수긍하고 한글을 금누리 글꼴로 발명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금누리 글꼴은 단순한 디자인 글꼴이 아니라 과학적인 발명품이다. - 금누리 글꼴은 그 어느 글꼴보다 효율적이고 아름다운 한글꼴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꼴은 컴퓨터 체계 안에서 천 개 이상의 정보를 가지고 운용이 된다. 하지만 금누리 글꼴은 작은 용량으로 많은 글자를 조합하여 만들 수 있다. 이것이 컴퓨터에서 운영될 때 그 효율성은 엄청날 것이다. 알파벳보다 낫다. - 투시도법이 적용되었으므로 글꼴을 디자인할 때에도 엄청나게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 시선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디자인을 펼칠 수 있는 요소는 무궁무진하다. 어릴 때부터 한글이나 한글의 글꼴에 관심이 많긴 했지만 금누리 글꼴은 어느 날 문득 떠오는 아이디어로 만든 발명품이다. 2. 김은화 선비의 여쭘 : 스승님의 제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는 누구인가요? * 스승님의 응하신 말씀 - 이불이 기억에 남는다. 예전에 우연히 보게 된 명동 어느 갤러리에서 열린 단체전에서 이불을 만났다. 그녀의 작품이 매우 인상이 깊었는데 작품보다 멋졌던 것은 그녀가 얼굴에 연지곤지처럼 찍어놨던 푸른 동그라미들이었다. - 홍대에서 강의를 하던 시절 유난히 처져있는 학생들 수업이 있어 그 수업에 이불을 초빙강사로 불러 아이들을 가르치게 하였다. 강의준비를 어떻게 했냐고 물으니 자신의 눈을 가리고 수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 생각이 좋다고 말하며 내가 도와줄 것은 없냐고 물으니 향을 하나만 피워달라고 했다. 그녀는 내 차에서 내리면서부터 빨간색 수건으로 그녀의 눈을 가리고 내 팔에 의존하여 강의실까지 걸어갔다. 향만 피워놓은 강의실에서 그녀는 눈을 가리고 수업을 진행하였다. 그 수업 자체가 예술 작품이었다. - 그 밖에 여러 제자들이 있다. 생각하면 그들은 모두 자신만의 예술관이 확고한 아이들이었다. 3. 양진아 선비의 여쭘 : 패션 감각이 뛰어나신 교수님의 특별한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 스승님의 응하신 말씀 - 남들이 잘입지 않는 것을 입고 다녔던 것 같다. 또한 의도치 않게 멋스러운 옷이 된 경우도 있었는데 보기를 들면 너무 낡아서 소매가 헤진 남방이나 키가 커서 짧고 딱 맞게 된 바지, 앞이 털썩거리는 운동화 들들이다. 물론 깨끗하게는 입고 다녔다. 요즘 시각으로 보면 흔히들 말하는 빈티지 패션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당시 잘 쓰지 않았던 모자를 즐겨 썼고 한국 사람들에게는 낯설었던 턱수염을 기르고 다녔다. 턱수염 때문에 생겼던 재미난 일화는 당시 수염을 기른 사람이 거의 없다 보니 내가 지하철을 타면 어린이들 몇 명이 항상 벌떡 일어나서 자리를 양보해주곤 했다. 지폐 속에서나 보던 수염 난 사람이 타니 굉장히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괜찮다고 사양해도 끝까지 계속 권하여 어쩔 수 없이 앉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지하철을 잘 타지 않았다. 나의 수염은 오랜 세월 나와 함께해온 나의 특별한 아이템인 것 같다. - 몇몇 사람들은 더러 나에게 염색을 하면 훨씬 젊어 보일 것이라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냥 까맣게 하고 싶진 않고 반만 까맣게 한다거나 풀빛으로 한다거나 독특하게 하고 싶다. 정년 퇴임을 하면 한 번 시도해볼까 한다. 4. 김소연 선비의 여쭘 : 스승님께서 만드신 '전자 카페(일렉트로닉 카페)'가 우리나라 최초의 번개다방이라는 글을 발견하였습니다. 어떤 이유로 전자카페를 만드셨는지 궁금합니다. * 스승님의 응하신 말씀 - 우리나라에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이다. 88년에 전산망을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그 후 H mail이란 것이 생겨났다. H mail이 만들어진 시기에 우리가 번개 다방을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번개 모임을 하였다. 당시 전산망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100명 정도였는데 그 중 서른 명 정도가 모였었다. - 당시에 나는 국민대학교의 어린 교수였는데 아직 타자기와 주판을 사용하고 있고 컴퓨터가 막나오던 시기였다. 이 과도기에 교육자로서 이 새로운 컴퓨터의 세계에 들어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했었다. 결국 나는 컴퓨터를 구매했다. 사용법은 청계천에서 전자오락을 하며 기본적인 원리를 익힌 중학생에게 배웠다. 전자 계산기 수준의 컴퓨터였지만 국민대학교에 컴퓨터를 구매한 교수는 나밖에 없었다. 제일 처음 컴퓨터로 논문을 썼을 때 5장을 넘겨 쓸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 타자보다는 효율적이었다. - 나와 안상수 그리고 다른 벗들이 이 번개 다방을 만든 이유는 이러한 새로운 문물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재능기부처럼 행해진 일이었다. 이윤이 남지는 않았다. - 또한 서울-산타모니타 사이에 이루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전자 예술 교환 역시 우리가 해냈었다. 당시 백남준 선생이 인공위성을 빌려 미국과 작품 영상을 교환하는데 1억원이 들었는데 이는 일종의 방송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전화기, 곧 당시의 인터넷만을 사용하여 작업을 해냈고 총 작업 비용은 약 220만원 정도였다. 5. 윤수영 선비의 여쭘 : 미쉘 공드리의 작품 가운데 스승님께서 추천해 줄 만한 작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스승님의 응하신 말씀 - 나는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이것저것 찾아서 보는 성향이 아니다. 내가 영화를 볼 때는 텔레비전에서 흥미를 끄는 영화가 보일 때 자연스럽게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좋은 이야기가 있으면 나에게 윤 선비가 알려주기 바란다. 6. 배우리 선비의 여쭘 : 스승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 스승님의 응하신 말씀 - 어릴 적부터 그림을 잘 그린다는 소리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혼자 그리기도 하고 그림을 배우기도 하며 예술 고등학교를 입학했다. 입체를 다루고 싶어서 조소과에 입학을 했고 꾸준히 내가 원하는 것들을 해오다 보니 이 자리까지 왔다. 예술학교를 다니면서 쌓은 경험들은 여러 분야에 소양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보기를 들면 대학교 때 편집장을 맡으면서 문서 편집과 디자인에 대한 안목을 키우게 되었다. - 이러한 영향으로 국내에서는 나를 공예가로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가 순수미술을 하였기 때문에 종합 예술가로 인정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나는 대학교 때부터 스스로를 종합 예술가 total artist 로 정의하였다. 우리나라 예술은 전공에 집착하는 문화가 너무 강한데 사실 건축가도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미켈란젤로나 다빈치 같은 예술가들도 그림부터 조각까지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였다. * 한 학기 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스승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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