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공간과.미술 ... ... ...

2001/06/23(14:42) from 211.172.219.43
작성자 : .....	조회수 : 742 , 줄수 : 111

3테너 공연.....

때마침 겹친 마감에 야작 행진을 했음에도 불구, 우리나라에선 평생 보기 힘들 그들의 공연에 가게 되었습니다. 기대와 설렘에 야작의 피곤도 감당할 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돛데기 시장을 방불케한 전체적인 공연 이미지는 우리의 문화적 수준이 너무나도 하등하다는걸 인정하게 만드는 대목이었습니다. 참으로 무안하고 짜증났더랬습니다.... 밑에 글은 MBC 게시판에 오른 어느 청중의 글...... ================================================================ 정말 우연히 생각지도 않았던 초대권을 받고 잠실운동장으로 향하는 우리 부부는 소풍 나선 아이들처럼 마냥 들떠있었다. 차도 놔두고 택시를 탔다. 20여분 거리가 삼성역서부터 밀리기 시작하더니 50여분이나 걸렸다. 7시30분 공연이니 아직 여유는 충분했지만 발걸음이 저절로 빨라졌다. 잠실운동장 일대는 공연장으로 향하는 인파들의 행렬로 장관(?)이었다. 입구의 불결한 노점들도 세계적인 테너들을 만난다는 마음에 오늘은 이해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이건 입장하는데만 1시간이 소요됐다. 우선 전면 출입구로 사람들이 몰렸으나 이들을 적절히 분산시켜줄 운영 요원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으며 그나마도 당황하여 제대로 대처하지도 못했다. 7시부터 500미터가 넘는 줄의 뒤에 서있었으나 어느 순간 질서란 말이 무색하게 줄은 흩어져버리고 결국 떠밀려서야 겨우 입장했다. 그때가 7시 50분. 입구부터 안내요원과 가이드라인 등으로 분산시켰더라면 훨씬 빠르고 질서있게 진행 되었을텐데 주최측의 무성의가 한심스럽기만 하다. 잠실운동장은 몇번 와보았지만 이런 공연은 처음이다. 우리 좌석은 s석이다. 판매가가 20만원. 웬만한 봉급장이는 꿈도 못꿀 가격이다. 그러나 비용에 비해 좌석은 형편없었다. 다행히 무대 정면이기는하나 그라운드가 아닌 스탠드였고 1층이었음에도 무대까지는 까마득히 멀었다. 축구장 이쪽 골키퍼가 상대쪽 골키퍼를 바라봐도 이보단 가까웠으리라. 1.5의 교정시력을 갖고도 무대 위 연주자의 열굴이 보이지 않았다. 예정 시작시간은 7시30분으로 알고있었으나 8시에 시작이라는 방송이 나온다. 그러나 아직도 공연장은 시장 바닥과 다름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당당히 ‘판매’라는 띠를 두르고 군오징어를 파는 아저씨들이다. 이건 야구장도 아니고 시골 난장도 아니고.. 소주는 안파냐고 물어보려다 참았다. 공연은 썩은 아니더라도 훌륭했다. 세기에 하나 날까말까한 명테너 세사람을 한자리에서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흥분되었고 이들이 다시 보기 또한 어렵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조금 부족한 부분은 상쇄되었다. 사실 환갑이 넘은 사람들에게서 전성기 때의 소리를 원한다는 것 자체가 말인 안되긴 하다. 하지만 공연장의 음향은 아니었다. 특히 파바로티의 공연에는 너무도 선명히 에코(하울링?) 현상이 나타나 심하게 표현하면 돌림노래를 듣는듯 했다. 이게 25만원을 주고 들어야하는 음악인지 음양에만 26억을 투자했다는 거짓말이 사실인지 답답했다. 좌우의 스크린도 욕심같아선 좀더 크고 두 화면이 각기 다른 장면을 잡았더리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이다. 3층의 관객들에 대한 배려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공연의 압권은 앵콜곡 와중에 터져 나온 불꽃쇼였다. 1시간 30여분의 공연을 순조롭게 마치고 첫번째 앵콜은 ‘여자의 마음’. 관객의 계속되는 앵콜로 두번째 곡‘오솔레미오’를 부른후 순간 무대 위로 나타난 도우미 언냐들. 헉! 쟤들은 모야. 꽃다발은 하나씩 안겨주고 사라지는 찰라 난 전쟁이 터진줄 알았다. 바로 머리 위에서 불꽃이 터지는 것이다. 30몇 년을 살며 불꽃놀이를 많이도 보았지만 이처럼 바로 머리 위에서 터지는 것은 처음이다. 열라 겁났다. 불발탄이라도 머리 위로 떨어지면 어쩌나 불안했고 미쳐 타지 않은 파편이 떨어지는 모습은 전쟁터에 다름없었다. 한참을 쳐다보니 목도 아팠다. 무대 위의 세 주인공도 처음엔 열라 신기해 하더니만 5분이 넘도록 계속되니까 표정이 굳어지는 것 같다. 도무지 그칠 기색이 보이지 않자 곳곳에서 ‘그만해’란 외침도 들렸다. 참으로 한심하다. 결국 이 불꽃쇼로 말미암아 쓰리테너 공연을 세인의 우려대로 완벽한 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헐~ 앵콜로 예정되었다던 한국가곡은 결국 듣지 못하고 그렇게 불꽃이 꺼지고 우리 주인공들도 사라져 버렸다. 이 마당에 누가 노래하고 싶겠는가. 아니 처음부터 앵콜은 두곡만 하기로 했다고 하더라도 역시 ‘쇼’는 쇼다. 공연 진행도 그지같았지만 관객들도 박수 받을 가치가 없다. 얼마전 역시 타인의 도움으로 관람한 세계적 플룻 연주자 제임스 골웨이의 공연에서 우리 관객들의 수준에 비참해 했었는데 오늘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갓난 아이를 들쳐 업고 나온 엄마의 마음은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려웠고 이건 무슨 응원가인줄 아는지 박자 박수를 치지않나 반주가 주는 여운을 즐기기도 전에 수시로 박수를 쳐댔다. 급기야 노래를 부르는 와중에도 줄줄이 일어나 퇴장하는 과감함도 보여줬다. 사실 1부가 끝나고 돌아간 64명에게는 무한한 존경심을 보낸다만 2부 후반부의 삼중창 앞뒤와 중간에 나간 1291명에게는 도대체 어떤 말을 해줘야할지 모르겠다. 또 자기가 먹고난 쓰레기를 들고 나가는 관객도 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야구장에서는 이러지 않는다. 하긴 정장 말끔히 빼입고 와서 쓰레기 들고 나가기가 쉽진 않겠지. 암튼 나 하고 싶은 말은 50만원을 받더라도 제대로 된 관객과 함께 제대로 된 공연을 해라. 씨바들아. 대충 50억 이상의 수익이 났고 그중 30억 정도가 갤런티로 나갔다는데 왜 이런 공연이 있어야하는지 알수가 없다. 누구를 위한 공연인지 속 시원히 답해 보라. 아우. 아침까지도 열이 식지 않는다. ============================================ 우리는 더 노래하고 싶은 그들에게 불꽃놀이고 입을 막고 도우미 꽃다발로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까지 해버렸다. 그렇게 정중(?)하게 가시라는데 안갈 수 있겠는가...... 나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