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조형

2000/11/24(00:01) from 211.177.8.135
작성자 : 이지원 (deux-2000@hanmail.net)	조회수 : 1461 , 줄수 : 55

빛의 눈동자는 어둡다.

눈을 떠도 어둠은 그대로 있다. 어둠 속에서 은빛을 띄며 쥐어짜는 그의 눈물. 손에는 무언가를 쥐고싶은 듯한 손안의 작은 공간. 무엇인가. 신에게 울부짖는 남자의 입술. 지옥에서 살아온 악마도 그를 보았다면 눈물 흘릴 테니....... 그의 두 눈. 피눈물이 메말라있는 공허한 눈. 거울을 본다. 살아있는 나와 차가운 너. 죽음. 하지만 꽃밭에 머물자는 너다. 넌 삶을 바라보며 죽음을 잊지만 난 차가운 너를 보며 삶을 잊는다. 살기 위해서 몸부림치던 슬픈 영혼... 이젠. 길을 걷다. 끝이 보이지 않아도 답답하지 말자. 언젠가 길의 끝이 보이면 고개 돌릴 나. 길의 어디쯤 서고 싶을 때. 서자. 나의 자리. 허황된 돛대를 띄우며 바다에 거닐자. 헛됨을 논하면 길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아 황야를 원하던 나. 지금 꽃밭에 와있어도 황야에 가기 전에 꽃밭에 머물자. 걸으며 생각하자. 생각만 하다보면 지나칠 수 있으니. 걸으며 생각하자. 슬픈 노래 속에서 아름다운 새벽 공기를 느낄 때쯤 다시 한번 떠올린다. 이젠. 거울 속의 네가 희미해짐을. 다시금 내가 보인다. 고통이 있기에 살고 싶고, 빛이 있기에 눈을 뜬다. 살아 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