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조형

2001/01/31(01:50) from 211.108.129.59
작성자 : 강유미 (orangec@hanmail.net)	조회수 : 1389 , 줄수 : 43

좋은 시 한편

오늘 10년만에 옛 친구를 만났습니다. 절 무척이나 보고 싶어하던 친구였는데 예쁜 모습으로 나가질 못한 것이 자꾸만 아쉽습니다. 저는 그 친구를 위해 아무 것도 준비하지 못했는데 그 친구는 절 위해 손수 녹음한 테잎과, 좋은 시집 한 권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이 밤, 그 친구가 녹음한 음악을 들으며, 시집을 읽으며, 이 좋은 느낌을 공유하고 싶어 친구가 제일 좋아한다는 시 한 편을 적어봅니다. 겨울 강가에서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을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 안도현 시집 `그리운 여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