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흐름

2001/04/16(15:54) from 211.192.67.77
작성자 : 심재광 (kmhunigi@chollian.net)	조회수 : 1078 , 줄수 : 18

Re: 즉물성의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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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인 ‘Sachlichkeit’는 영어로 ‘Objectivity’로 번역되며, 객관적인, 공정한, 본질적인, 실용적인, 장식이 없는, 감정이 없는 등의 형용사에 해당하는 ‘Sachlich’에 명사화 접미사인 ‘keit’가 붙어서 구성되고, 객관성, 즉물성, 실용성 등의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1) 철학적 개념 - 물질
철학적인 의미에서 즉물성은 대상의 성질을 의미하는 대상성objectivity에서 찾을 수 있다. 대상object은 주제subject에 대립하는 것으로, 주제의 물리적 활동이나 인식활동이 지향하는 것을 말하며, 대상에는 관념적 대상과 물질적 대상이 있는데, 서로는 원칙적으로 다른 질을 지닌다. 그러나 관념적 대상은 물질적 대상에 근거하고 있다. 여기서 물질이란 철학적 용어로 공간을 채우고 있는 실체, 즉 물리적 현상의 항존적 기체 혹은 물체계에 일어나는 변화를 지탱하고 있는 것을 총칭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있어서 물질개념은 형상에 대비하여 형상보다 낮은 단계, 보조개념 혹은 소극적 개념을 가리킨다. 그에 의하면 질료matiere를 제거하고 형상만 남은 상태를 특별히 1차 질료라하여 이는 신이나 이데아를 지향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반면, 형상이 제거된 채 질료만 남게 된 것을 2차 질료라 하여, 이는 가치의 낮은 단계, 저급한 상태로 보았다. 근본적으로 모든 사물은 물질로부터 생겨나고 물질로 구성되며, 이런 점에서 물질은 모든 사물의 기체substract이다. 하지만 여기서의 물질은 아무런 속성도 갖고 있지 않으며 단지 잠재적 가능성으로 간주될 뿐이다. 이러한 가능성은 형식과 결합함으로서 비로소 현실적으로 실현된다. 물질은 본질상 수동적이며, 그 구체적인 규정들을 능동적 원리이고 원동자인 형식에 의해서 비로소 획득한다고 생각했다. 이와 같이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질과 형식, 물질과 운동을 이원적으로 분리했는데, 이러한 분리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이후 서양철학사의 전반에 걸쳐 이루어진다. 2차질료가 물질이라는 자격으로 적극적인 의미를 갖기 시작한 것은 르네상스 이후로 볼 수 있다.

헤겔은 물질을 추상적인 것, 즉 덩어리진 무거운 질료, 어떤 특정한 형체가 될 수는 있어도 스스로 구체적이고 참된 정신적 형상이 될 능력이 없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근대적인 물질개념의 형성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유물론을 통해 강화되기 시작한 반면, 관념적인 물질개념은 예술에 있어서 여전히 정체적으로 계승되어 왔다. 칸트가 원물질을 언급하고, 바슐라르가 물질의 몽상을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시각예술에 있어서 질료는 물질개념으로 승격되지 못하고 단순히 형상을 구현하기 위한 재료, 형상이 실현될 가능성으로서의 낮은 단계로만 머물러 있었다. 구체적으로 물질이 인식의 흐름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적어도 20세기 아방가르드의 출현이후부터 이다.

아방가르드에 의해 물질의 본질적인 속성에 대한 탐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속성 즉, 물질성에 근거한 표현이 구체화되었다. 다시말해 표현을 위한 물질성을 즉물성으로 파악하고, 그 표현 행위를 즉물적 표현이라 규정할 수 있다.

(2) 회화적 개념 - 신즉물주의
신즉물주의Neue-Sachlichkeit는 정치적으로는 바이마르공화국의 민주주의에 조응하는 미술사조이다. 여기서 ‘즉물’이란 선입견이나 주관의 개입없이 사물자체를 직접 파악한다는 뜻인데 회화에 있어서의 신즉물주의란 즉물적으로 파악한 사물을 명확하게 화면에 재현하는 것을 말한다. 대상의 즉물적인 파악을 뜻하는 신즉물주의는 현실적 존재의 성격을 가지며 실재에 대한 바른 인식과 외적세계와 관계하는 인간 삶의 진실성을 뜻한다.
회화에서의 즉물성은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주제의 현상적인 측면과 색채의 강렬한 그리고 바탕과 화필 질감의 솔직한 표현 등으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