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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문(弔齒文)
유세차(維歲次) 경진년(庚辰年) 칠월(七月) 스무여드레날에, 김씨(金氏)는 두어자 글로써 고(告)하노니, 인간의 신체(身體) 가운데 종요로운 것이 치아(齒牙)로대, 세상 사람이 귀히 아니 여기는 것은 구(口)멍 깊숙한 곳에 있어 눈에 보이지 않음이로다. 이 치아(齒牙)는 신체(身體)의 한낮 작은 부분이나, 이렇듯이 슬퍼함은 나의 정회(情懷)가 남과 다름이라, 오호 통재(嗚呼 痛哉)라, 아깝고 불쌍하다. 너를 얻어 몸 가운데 지닌 지 우금(于今) 십여년이라. 어이 인정(人情)이 그렇지 아니하리요. 슬프다. 눈물을 잠깐 거두고 심신(心身)을 겨우 진정하여, 너의 행장(行狀)과 나의 회포(懷抱)를 총총히 적어 영결(永訣)하노라.
슬프다. 연분(緣分)이 비상(非常)하여, 소시(小時)에 치아(齒牙)를 무수(無數)히 잃고, 새로 얻었으되, 철들어 너를 얻어 연구(年久)히 보전(保全)하니, 비록 무심(無心)한 물(物)이나 어찌 사랑스럽고 미혹(迷惑)지 아니하리오. 아깝고 불쌍하며, 또한 섭섭하도다.
나의 신세(身世) 박명(薄命)하여 3十이 넘도록 사랑을 못 해본 터라 너를 몸에 지녀 사랑을 이루려 하였더니, 오늘날 너를 영결(永訣)하니, 오호 통재(嗚呼 痛哉)라, 이는 귀신(鬼神)이 시기(猜忌)하고 하늘이 미워하심이로다.
아깝다 사랑이(愛齒)여, 어여쁘다 사랑이(愛齒)여, 너는 사랑이란 특별한 이름을 가졌으니 이중의 이라.
네 비록 앞에 서지 않았으되 어느새 자라나 굳세고 곧은 뿌리는 만고(萬古)의 충절(忠節)이라.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요, 세상(世上)에 무용지물(無用之物)은 없는 법이라, 선인(先人)들이 너를 사랑(愛)이라 칭한 것은 분명히 어떤 깊은 뜻과 소용(所用)이 있음이라.
세상(世上)이 변하여 너를 한낮 무용지물(無用之物) 취급(取扱)하여 일부러 도려내는 이들이 있다하되,
나만은 너와 이 생에 백년 동거(百年 同居)하려 하였으나, 오호 애재(嗚呼 哀哉)라. 사랑이(愛齒)여.
금년(今年) 칠월 십사일(七月 十四日) 술시(戌時)에, 미세(微細)한 통증(痛症)이 있으니, 너를 지켜 참으려 하였건만 내 끝내 참지 못하여 칠월(七月) 스무 엿새날 의원(醫院)에게 보였더니, 온갖 해괴한 도구로 너를 발치(拔齒)하니, 정신(精神)이 아득하고 혼백(魂魄)이 산란(散亂)하여, 마음을 빻아 내는 듯, 두골(頭骨)을 깨쳐 내는 듯, 이윽토록 기색혼절(氣塞昏絶)하였다가 겨우 정신(精神)을 차려, 만져 보고 이어본들 속절없고 하릴없다. 편작(扁鵲)의 신술(神術)로도 장생불사(長生不死) 못하였네. 한 팔을 베어낸 듯, 한 다리를 베어낸 듯, 아깝다 사랑이(愛齒)여, 잇몸을 더듬어보니, 꽂혔던 자리없네. 오호 통재(嗚呼 痛哉)라, 내 삼가지 못한 탓이로다. 내 잠시의 통증(痛症)을 참지 못하고 무죄(無罪)한 너를 마치니, 백인(伯仁)이 유아이사(由我而死)라, 누를 한(恨)하며 누를 원망(怨望)하리오, 굳굳한 성품(性品)을 나의 힘으로 어찌 다시 바라리요, 절묘(絶妙)한 의형(儀形) 눈 속에 삼삼하다. 네 비록 미물(微物)이나 무심(無心)ㅎ지 아니하면, 후세(後世)에 다시 만나 평생(平生) 동거지정 (同居之情)을 다시 이어, 백년 고락(百年 苦樂)과 일시 생사(一時生死) 한 가지로 하여 내 사랑을 이루리라. 오호 애재(嗚呼 哀哉)라. 사랑이(愛齒)여. 널 잃은 고통(苦痛)에 밤을 지새며..
주) 愛齒: 여기서는 사랑니를 일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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