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의 미학과 우리 '춤'

다른 나라의 춤과 우리의 춤사위의 특징적인 선의 차이를 비교할 때 직선과 곡선의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이에 곡선이 지니는 미와 우리 춤 모양새인 곡선의 조형미를 논하고자 하며 곡선을 굽은줄이라 풀이하여 사용하려 한다.

곡선의 우리 예술

줄(線)은 예술에서 긴한 표현대목 가운데 하나이다. 얼핏 보기에 미술작품에 그친 것처럼 생각하기 쉬우나 음악, 무용, 더 나아가서는 문학에 이르기까지 줄이 깊게 끼어들고 있다.

물론 줄의 미술적, 더욱이 그림에 있어서의 그 값어치는 아주 크다고 본다. 줄은 모양의 테두리를 이루는데 그치지 않고 모양을 안에서 바로잡고 겉을 나타내는 줄로서 그러한 쪽의 성격을 주어 보는 곳까지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줄(線) 그 가운데서도 굽은줄(曲線)이 지니고 있는 조형적인 뜻을 조화와 영원성이란 낱말로 표현될 수 있다. 우리의 굽은줄은 예술 모두에 걸쳐서 가득차 있는데 미술작품 속의 회화나 조각, 건축 등 공예품에 걸쳐 많이 볼 수 있다.

벽에 그려진 선녀의 모습이나 또는 현무, 주작, 청룡, 백호 등 가늘고 긴 굽은줄 속에 여러 모습들이 담겨져 있다. 일반 공예품인 도자기, 술병에서도 보면 주둥아리는 뿌리에서 위까지 가늘게 늘어져 있고 몸통과 손잡이는 굽어진 곡선의 모양으로 되어있다. 이렇듯 굽은줄은 우리의 생활 전반에 걸쳐 문화와 예술, 정서에 까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춤 미학으로서의 굽은줄

무용이란 두말할 나위 없이 사람이 몸을 움직여서 아름다움을 꾸며내는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몸의 움직임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서는 그 움직임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서는 그 움직임을 지탱해주는 모양과 움직였을 때의 흐름이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모양과 흐름이 어떻게 꾸며졌느냐에 따라서 아름다움을 가늠하게 되고 또한 그 모양과 흐름은 그들의 겨레와 나라에 따라서 또는 문화와 마음씨에 따라서 달라진다.

인도의 무용은 두팔을 두 쪽으로 벌린 모양을 하고 손목과 발목의 뼈마디를 꺾는 듯한 흐름으로 움직인다. 중국무용은 두 다리를 벌려 버티고 선 모양을 한 다음 팔이나 다리를 거드럭거리는 움직임을 한다. 그리고 일본무용은 곧바로 선 채 조금 무릎을 구부리는 듯한 모양을 하면서 발을 가까이 자주 떼며 빨리 걷는 종종걸음을 한 다음 손바닥을 위로 꺾어 세워 놀림을 하며 움직인다.

영국무용인 발레는 발끝을 세워 하다가 두 다리를 활짝 벌리면서 펄쩍펄쩍 뛴다. 소련의 볼쇼이 발레는 힘있고 느긋한 엉덩이로서 가다듬는 모양으로 훌쩍 뛰는 움직임을 하면서 판판한 잎파리처럼 손놀림을 한다. 한편 슬라브의 겨레 춤을 보면 서로 어깨를 잡고 빙글빙글 돌면서 무릎을 아주 구부리도록 앉았다가 섰다 하는 움직임을 한다.

그러면 우리무용의 남다른 모양과 움직임은 무엇인가. 한국무용을 단적으로 표현하면 움직이는 선(線)의 미(美)라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선이란 다름 아닌 곧바르거나 굵은 줄이 아닌 가늘고 길며 굽으러진 온몸과 팔 다리가 하나의 고무래 정(丁)자 모양을 본디의 모양새로 잡고 여기서 온갖 굽은줄의 아름다운 율동이 우러나온다.

그러면 이렇게 춤이 굽으러진 줄, 굽은줄의 모양과 움직임을 하기 위해서 어떻게 추고 있는가 첫째,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부드러운 마음으로 다소곳한 모양을 갖는다. 둘째, 진득하고 끈기 있게 오금을 눌러 굽신을 주면서 몸을 굽으리는 맨 처음의 움직임을 시작해야 한다.

이 움직임의 첫 모양이 바로 굽은줄스런 춤을 갖추어 차리는 본디가 된다. 이러한 차림은 곧 버선코의 굽어진 모습을 살리는 발 움직임이 시작되고 그것을 거는 힘은 바로 기를 모아 손톱, 발톱 끝까지 뻗치는 일이다.

첫째, 손놀음에서 끌어올리듯 들어올릴 때나 제낄때나 손을 열어서 든다. 또한 끝을 들어서 끌어내리듯 할 때도 모든 움직임은 반달모양의 옷소매처럼 굽은 줄을 살려야 한다.

둘째, 팔의 움직임에 있어서 한 팔을 부드럽게 올려 머리를 지나 뒤로 젖히는 열사위, 한 손을 뒤로해서 왼쪽을 보내 허리가 조금 굽혀지는 엎사위, 한 팔은 앞으로 머리를 감아 돌리고 또 한 팔은 뒤로 머리를 감아 돌리는 겹사위는 한결같이 굽은줄스럽기 이를 데 없다.

셋째, 몸돌림에 있어서 뒤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발을 들어 올리며 도는 맴몸사위, 발을 꼬아 딛고서 빌글빙글 도는 횡몸사위, 돌다가 부딤친 듯 다시 되돌아오는 돌담사위, 조금 놀란 듯이 팔팔하게 돌려 디디며 몸을 옮기는 까치맴몸사위, 딩굴딩굴 엎치락뒤치락 하며 무릎을 꺾어 엉덩이에 받쳐 내려 놓고 한 팔을 휘익 돌리는 두르거리사위, 두 박자 사이에 한 바퀴를 뛰어 도는데 한 팔에 힘을 주어 내려 박히면 한 발을 제껴서 뒤로 힘있게 내딛는 자반뒤집기, 한 팔과 발을 높이 들어 올리면서 껑충 뛰어 몸을 왼쪽으로 기울이며 무릎과 허리를 굽으리는 도리깨 연통대 따위의 춤사위는 그대로가 굽은줄이다.

넷째, 아래 몸 움직임에 있어서 발 앞꿈치를 바닥에 세워 발뒤축을 뗀 채로 발끝을 올렸다가 내려딛을 때 발끝이 위로 올라가는 디딤세, 두 쪽을 발의 앞꿈치를 땅에 붙이고 발뒤축을 들면서 몸을 모두 위로 솟구치는 도듬세, 외발을 들어서 쭉 뻗어 발 앞꿈치를 긁듯이 내딛되 뒤축을 높이 올리고 발을 든 채로 재빨리 힘을 왼발로 옮기는 장전도듬새 따위의 하나하나가 그대로 굽은줄이다.

다섯째, 가운데 몸 움직임에 있어서 발뒤꿈치를 딛고 발끝을 살짝 들어 올리며 발뒤축에 힘을 주면서 무릎을 살짝 굽으리는 지슴사위, 발을 모두 딛어 놓고 뒷발을 들려고 하면서 무릎을 굽히는 황새사위, 딛은 발에 힘을 주고 무릎을 많이 굽혀 몸도 따라 내려가면서 뒷말을 천천히 앞으로 끌어당기는 장굽힘, 올린 왼발을 제껴져 있는 채 오른쪽 앞으로 내딛되 무릎을 굽히고 힘을 오른발로 재빨리 옮기면서 몸을 트는 외전굽힘 따위에서 볼 수 있는 굽히는 모양새가 굽은줄을 이룬다.

여섯째, 아래 몸 움직임에 있어서 오른발을 왼쪽으로 꼬아서 놓되 발끝을 들고 뒤축을 디디면서 꼬은 발을 뒤축을 비벼서 돌아 발끝을 딛고 왼발로 뒤축을 든 채 발끝을 비비면서 몸을 틀어서 도는 맴몸사위, 왼발을 뒤로 딛되 두 발 앞쪽이 모두 안으로 보게 한 다음 왼발로 힘을 옮기고 오른발을 끌어다가 발끝이 마주 보이도록 붙이는 깡깡몸사위 따위의 돌림과 절룩거림이 바로 굽은줄 그대로이다.

이처럼 우리 춤사위의 본디가 처음부터 끝까지 굽은줄스럽지 않는 것이 없을 만큼 그것은 있는 모양에다 아름다움이나 멋을 치레하려고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가 바로 굽은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