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s Fluxus?

1. 플럭서스의 기원

20세기 초 전쟁에 대한 증오와 과거 문화에 대한
불신으로 무조건적 파괴를 부르짖는 다다적 반항정신을 물려받은 플럭서스는
다다와 뒤샹의 자손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예술과 삶을 통합시키는 삶의 예술을
지향하고, 사회와 대중으로부터 유리되지 않는 소통의 예술을 희구하였던 것이다.
과거의 오페라나 연극은 허구의 세계, 이상의 세계를 재현하였지만 플럭서스는
현실의 진면목을 가장 구체적인 방법으로, 그러나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쉽고 재미있는 대중 예술의 유흥을 수반하는, 고저의 특성을 함께 갖는 '고급형
대중 예술' 혹은 '대중 지향적 고급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2. 플럭서스의 탄생

플럭서스는 1962년 비스바덴에서 열린 <플럭서스 국제 신음악 페스티벌>에서
리투아니아 태생의 건축가이며 디자이너인 George Maciunas에 의해 공식적인
막을 올렸다.

뉴욕에서는 소호의 스튜디오 공연 활동의 중심인물이었던
라몬테 영(La Mante Young)과 플럭서스를 명명하고 조직한 조지 마키우나스의
주도하에, 존 케이지의 뉴스쿨 음악교실 출신들인 음악가 딕 히긴스(Dick Higgins)
화학자 출신의 작곡가 조지 브레히트(George Brecht)등이 플럭서스를 형성하고
있었다.

독일에서는 다름슈타트에서 활동하던 미국 시인 에멋
윌리엄즈, 한국에서 동경을 거쳐 뮌헨과 퀼른에 거주하던 백남준, 그리고 독일
태생의 종합 예술가 볼프보스텔이 제각기 플럭서스를 예고하는 각종의 해프닝을
벌이고 있었다.

 

 

※ 1962년 비스바덴 플럭서스 페스티발

마키우나스가 하려고 했던 ?플럭서스?잡지의 발행의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플럭서스 국제 신음악 페스티벌 Fluxus Internationale
Festpiele Nuester Musik>이라는 공식적인 플럭서스 대잔치를 벌였다.

1962년 9월 1일부터 23일까지 거의 한 달 동안 비스바덴
미술관에서 14개의 콘서트를 선보인 이 행사는 플럭서스 성격을 예고하는 실험적이고,
선동적이고, 어리속고, 심각하고, 재미있는 무수한 짧은 사건들을 나열하였다.

지휘자가 지휘봉을 들면 조명이 나간다.

지휘자의 신호에 "따라 앉아있던 의자를 옆으로 밀어낸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대신 그것을 열심히 닦다가
퇴장한다.

바이올린을 내리치면서 깨부순다.

피아노 건반에 못을 박는다.

피아노 위에 꽃병을 올려 놓고 나간다.

마이크에 대고 들어오는 관중의 인상착의를 말한다.

젖은 걸레를 짜면서 마이크를 대고 물방을 떨어지는
소리를 들려준다.

그리고 전공연자가 그랜드 피아노 한 대에 달려들어
그것을 분해, 파괴한다.

이것이 플럭서스다. 이렇게 쉬우면서도 이해 못할,
전대 미문의 기이한 공연은 그당시 비스바덴의 관중들에게 일종의 충격이었다.

플럭서스는 미국 해프닝의 바로크적 혼합 대신 미니말적
간결함을, 표현대신 함축을, 동시성 대신 단일성을, 중첩 대신 나열을 선호하는
것이다.

3. 플럭서스의 개념

⑴ 세계주의

세계주의는 플럭서스의 인적 구성이나 발생 배경에 내재한 플럭서스 본성 중의
하나이다. 플럭서스의 세계주의는 국가개념을 초월하는 반국가주의, 유럽 문명을
비판하는 반유럽중심주의의 성격을 뛰며, 그것은 또한 플럭서스를 예술의 무정부주의로
귀결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또한 플럭서스의 세계성은 한 곳에 안주하지 못하고
전지구를 무대로 옮겨다니며 활동하는 플럭서스 보헤미아니즘을 발생시켰으며,
이 보헤미아니즘으로부터 우편예술이 유래되었음은 특기할 만한 사실이다.

이들이 공연 준비를 위해, 또는 아이디어를 교환하기
위해 우편으로 그들의 편지, 스코어, 오브제, 출판물들을 교환하여 언제나 긴밀한
접촉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명성과 집단주의를 선호하는 플럭서스 정신이 작품의
정통성을 주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특정 공연에 참석하지 못할 경우
우편으로 작품 스코어를 보내 대리 공연을 시키는 것이 플럭서스의 관례로 되어
있다. 이렇게 필요에 의해 조장된 우편 통신은 자연히 예술적

틀을 갖추게 1.되었고, 그것이 70년대의 개념 미술의 기반 위에서 우편 예술이라는
하나의 독자적인 예술 형식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일반화된 팩스를
이용하여 작가들 간의 신속한 교류를 도모하며, 심지어는 팩스 통신을 활용하는
'팩스 예술'까지 등장하고 있다.

⑵ 혁신주의

플럭서스는 '파괴를 통한 창조'라는 신념과 함께
그러한 반항과 거부를 재창조로 전환시킨다. 이러한 의미에서 플럭서스의 반예술은
혁신주의를 지향한다고 말할 수 있다. 플럭서스는 새로운 창조를 위하여 끊임없는
실험과 탐구를 수행한다. 실험주의적이고 우상타파주의적인 행위 예술은 플럭서스의
혁신성에 가장 부합하는 예술 형태이다.

공연자들이 모여들어 피아노 한 대를 분해하는 필립
코너의 <피아노 활동>이 '피아노 파괴'가 아니고 '피아노 활동'인 까닭은,
그것이 피아노를 모독함으로써 고전주의 음악 전통에 철저한 반성을 가하는
일종의 해체주의적 음악 활동이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연주하다 말고 관람석에
있던 존 케이지의 넥타이를 자르고, 피아노 건반에 못질을 하거나 바이올린을
끌고 다니며, 반나체 첼리스트와 협연하는 백남준의 행위 예술이야말로 권위에
대한 도전인 동시에 새로움의 충격을 제공하는 새로운 창조활동인 것이다.

⑶ 우연

우연은
플럭서스 뿐 아니라 여타의 아방가르드 예술, 혹은 실험예술이 표방하고 있는
대표적인 전위 개념이다. 우연은 반예술을 위한 예술적 방안인 동시에 예술
창조를 위한 비예술적 창작 원리로서 널리 등용되고 있다. 모든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즉 예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요구하는 긍정으로서의 반예술인
것이다. 그리하여 소음도 음악이며, 침묵도 하나의 음악적 사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플럭서스는 뒤샹적 반예술 정신을 고수하는 한편
케이지적 우연을 기본 개념으로 삼아 플럭서스 우연 미학을 구축하고 있다.
플럭서스 기관지 <V TRE>는 플럭서스가 얼마나 우연을 선호하는지 그 좋은
예를 보여준다. 즉, V TRE는 타다 남은 네온 사인의 글자들일 뿐으로서, 조지
브레히트가 우연히 발견하고 그것을 별 의미없이 그가 발행하려는 신문 이름으로
채택한 것이다. 무용가 머스 커닝햄도 우연을 안무에 도입하여, "빠른 방향
전환과 놀랍게 다양한 리듬을 가진 무수한 스텝들"을 창조하였다.

로스킬드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에릭 앤더슨의 <30대의
로스킬드 택시>는 우연적 만남이

라는
인생의 단면을 경험하게 한다. 무작위로 편성된 각 택시의 승객들은 우연히
한 조가 된 승객들과 같은 경험을 공유하도록 운명지워진 것이다.

⑷ 인터미디어

복합 매체 또는 혼합 매체라고 불리울 수 있는 인터미디어는
플럭서스 예술의 형식적 특성이다. 플럭서스 행위 예술을 가능케하는 존재론적
양상이다. 인터미디어는 플럭서스 이전의 실험적 전위 예술에 이미 존재하여
왔으나, 해프닝과 함께 새로운 의미로 부각되었다. 해프닝과 같이 기존의 예술
개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장르나 매체적 구분을 초월한 새로운 예술 형태를
설명하기 위하여 딕 히긴스가 인터미디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정립한 것이다.
히긴스에 의하면, 해프닝은 음악과 연극과 콜라주의 인터미디어이다. 해프닝은
음악과 연극과 미술의 혼합체이다. 말하자면 기존 예술의 대분류인 청각 예술과
시각 예술의 접목을 시도한 것이 해프닝인 것이다. 음악적 행위와 비음악적
행위의 접합인 백남준의 행위 음악은 듣는 음악이 아니라 보고 듣는 음악이다.

⑸ 예술/인생장르

플럭서스는
예술과 인생의 인터미디어, 즉 예술/인생 통합 장르를 구축함으로써 예술과
인생의 뿌리 깊은 이분법을 해소하고자 한다. 예술/인생 장르는 예술을 생활화하고
인생을 예술화하는 삶의 예술양식이다.

예술/인생장르로서의 플럭서스는 행위를 표현매체로
삼는 행위예술을 표방함으로써 관객과의 소통을 기하고 삶에 뿌리내리는 삶이
예술을 성취한다. 행위는 개념보다 생생하고 직접적이다. 더구나 파괴와 선동,
자기 노출과 가학증 같은 충격요법으로 행위의 생생함을 강조하는 행위예술은
그 도발성과 충격으로 관중을 환기시키며, 그렇게 함으로써 작품과 관객, 또는
예술과 삶의 간격을 좁힌다. 격국 플럭서스는 충격적 행위로 관객의 참여도를
높이는 가장 효율적인 행위예술인 동시에 소통의 예술이 되는 것이다.

⑹ 일시성

플럭서스와 같은 행위예술은 예술적 결과보다는 그
과정을 중시하는 '과정예술' 또는 오브제 제작보다는 아이디어에 의존하는 개념
예술과 그 맥을 같이 한다. 현대 미술의 이러한 행위화, 과정화, 개념화 현상은
예술의 고유성과 유일성과 영구성을 거부하는, 전통 미술에 대한 일종의 불신임에서
비롯된다.

⑺ 재미

플럭서스는 재미를 추구하는 예술이다. 다다의 심각성을
풍자와 익살로 희화화 한다.

⑻ 구체주의

플럭서스는 구체주의를 표방한다. 추상적 개념 대신에
구체성을, 또한 재현 예술의 환영과 이야기 구조 대신에 실체를 대두시키는
것이다. 뒤샹의 '레디메이드'가 최초의 구체 미술이었다면, 케이지의 '소음음악'이
최초의 구체음악이었다.

박수소리, 종이 찢는 소리,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는
가장 구체적인 플럭서스 음악을 만든다. 비스바덴 30주년 기념 행사 개막 공연
당시 선보였던 벤쟈민 패터슨의 <7중주>는 구체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풍로의 화기가 주전자의 물을 끓게 하고, 그것이 삑삑 주전자 소리를 내게 하며,
그 김이 고무 풍선을 터트리는 일련의 소리 사건이야말로 가장 구체적인 물리적
현상이요, 구체적인 음악적 사건이었던 것이다.

* 백남준의 해프닝

1960년
백남준이 <피아노 포르테를 위한 습작>공연 중 관중속에 앉은 존케이지의
넥타이를 자르는 악명높은 해프닝을 벌였는데, 이 공연에서 넥타이를 잘랐다는
것, 넥타이는 남성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인데 이것을 자른다는 의미는 남성에
의해 구축되고 유지되는 서구 문명에 대한 공격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어떤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는 메시지를 이렇듯 익살적 행위로 표현함으로써 대중에게
쉽고 강하게 어필할 수 있다는 데 중점을 두고 있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과거
문명을 더욱 신랄하게 비판한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또하나 기존의 공연들은
시간, 장소, 행위가 무대안에 고정적이었음에 반해 백남준씨가 무대 밖으로
뛰쳐 나감으로써 무대를 관중석까지 확장하고, 관중을 작품을 끌어들여 참여하게
했다.

<한국의 플럭서스 작가>

김순기(Soun-Gui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