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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8(07:47) from Anonymous Host
작성자 : 최봉영	조회수 : 1214 , 줄수 : 107

“개”와 “견(犬)”과 “도그(dog)”

오늘날 한국사람은 “개”라는 말과 함께 “견(犬)”과 “도그(dog)”를 쓴다.
사람들은 “개”라는 말을 바탕으로 삼아서 중국말에서 가져온 “견(犬)”과
영국말에서 가져온 “도그(dog)”를 함께 배우고 쓴다.

한국사람이 “견(犬)”이나 “도그(dog)”를 풀어내는 잣대로 삼고 있는 “개”는
“개다”에 바탕을 둔 말로서, “개”는 “개는 것”을 뜻한다.
“개”는 “개는 것”이라고 말할 때,
“개다”는 “개다=가+히+다”로서 가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까닭으로 한국말에서 “개”가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기 위해서는
“가다”와 “개다”가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 알아야 한다.

한국말에서 “가다”는 어떤 것이 여기서 저기로 나아가는 일을 말한다.
어떤 것이 여기서 저기로 나아가게 되면,
어떤 것이 여기에서 저기로 나아가는 것에 따라서 여기와 저기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한쪽과 다른 한쪽으로 갈라지게 된다.
예컨대 유리창에 금이 가게 되면, 유리창은 금을 따라서 한쪽과
다른 한쪽으로 갈라지게 되고, 골짜기에 물이 흘러가개 되면,
골짜기는 물을 따라서 한쪽과 다른 한쪽으로 갈라지게 된다.

한국말에서 “가는 것”은 어떤 것에서 볼 수 있는 일의 시작과 과정과
결과를 아우르고 있다.
이런 까닭으로 어떤 것이 “가는 것”은 어떤 것이 가는 일이
여기에서 비롯해서, 여기와 저기를 둘러싸고 있는 것을 한쪽과
다른 한쪽으로 갈라 가는 과정을 거쳐서,
저기에 자리를 잡게 되는 결과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이런 까닭으로 사람들은 일의 과정을 중심으로 어떤 것이
“가는 것”을 보게 되면 “가는 것”을 여기와 저기를 둘러싸고 있는 것을
한쪽과 다른 한쪽으로 갈라쳐 나가는 것으로 알아보게 되고,
일의 결과를 중심으로 어떤 것이 “가는 것”을 보게 되면
“가는 것”을 여기에 있던 것이 저기에 자리하게 되는 것으로 알아보게 된다.

한국말에서 “비가 개다”라고 말할 때, “개다”는 “가+이+다”로서
“가는 일”의 결과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말이다.
“개다=가+이+다”는 어떤 것이 “가게 되어서 자리에서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비가 개는 것은 비가 여기에 자리하고 있다가
저기로 물러가서 사라지는 것을 말하고, 구름이 개는 것은 구름이
여기에 자리하고 있다가 저기로 물러가서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개다”는 여기에 있던 것이 물러가는 과정을 통해서 사라져서
없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한국말에서 “이불을 개다”라고 말할 때, “개다”는 “가+히+다”로서
“가는 일”의 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말이다.
이런 경우에는 "개다"를 "개키다"라고 쓰기도 한다.
“개다=개히다=개키다”는 어떤 것이 “가게 되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사람들이 이불을 개는 것은 이불을 이쪽과 저쪽으로 결이 가도록
접고 접어서 다루거나 지키는 일을 쉽게 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사람들이 옷을 개는 것도 이쪽과 저쪽으로 결이 가도록 접고
접어서 다루거나 지키는 일을 쉽게 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이와 같이 사람이 이불이나 옷을 개는 것은 이불이나 옷이 그 자리에
있으면서 결이 가도록 하는 일이다.

한국말에서 "가"와 “가다”와 “개다=가+이+다”와 “개다=가+히+다”가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 알게 되면,
한국사람이 “개”를 왜 “개”라고 부르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한국말에서 “개”의 옛말은 “가히”이었다.
때가 흐르는 것과 함께 “가히”가 “개”로 바뀌어서,
오늘날 사람들은 “개”라고 부른다.

한국말에서 “개”는 “가로 가서 개는 것”을 말한다.
한국사람이 “개”를 “가로 가서 개는 것”으로 보게 된 것은
“개”가 냄새, 소리, 빛깔, 떨림과 같은 것을 바탕으로 삼아서,
저를 둘러싸고 있는 “가”로 나아가서, “가”의 안쪽과 바깥쪽을 갈라서
경계를 지어 가지고, “가”의 안쪽을 저의 영역으로 지키는 일을
매우 잘하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옛날에 사람들이 개를 기르게 된 것은 크게 두 가지 까닭이 있다.
하나는 "개"가 저의 둘레를 에워싸고 있는 것들로 나아가서 안팎으로 경계를
짓고서 경계의 안쪽을 지키는 일에서 매우 뛰어났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가 임자와 남을 갈라서 좇고 따르는 일이나 사람과
사람이 아닌 것을 갈라서 좇고 따르는 일에서 매우 뛰어났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개를 거느리게 됨으로써 깜깜한 밤에도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이런 까닭으로 사람들은 저들이 먹는 아까운 음식을 개에게 나누어주면서
개와 더불어 함께 하는 일을 해왔다.

중국말에서 “개”를 가리키는 말은 “견(犬)”이다.
“견(犬)”은 ‘개’가 사람에게 꼬리를 치고 있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놓은 글자이다.
처음에는 “견(犬)”이라는 글자가 꼬리를 치고 있는 “개”의 모습과
비슷하게 보이도록 애를 썼지만, 그때에도 글자만 보고서는 "개"라는 것을
알아볼 수 없었다.
때가 흐르면서 글자의 모습이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바뀌게 되지,
견(犬)에서 개의 모습을 알아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영국말에서 "개"를 가리키는 말은 “도그(dog)”이다.
그런데 영국말에서는 “도그(dog)”는 어떠한 바탕을 갖고 있는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영국말 "도그(dog)"는 독일, 스웨덴, 덴마크에서 볼 수 있는
“hund” 계통의 말이나 이탈리아, 포르투칼, 스페인에서 볼 수 있는
“cane” 계통의 말과는 연결을 지을 수 없는 말이다.
아마도 영국사람들이 개의 종류 가운데 어느 하나를 가리키는 “도그(dog)”를
개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쓰게 된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오늘날 한국사람은 “개”과 “견(犬)”과 “도그(dog)”를 같은 뜻으로 알고 쓴다.
사람들이 “개”과 “견(犬)”과 “도그(dog)”에서 볼 수 있는 쓰임뜻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 만들어진 바탕을 보게 되면 “개”과 “견(犬)”과 “도그(dog)”는
다름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개”는 경계를 짓고 지키는 일을 하는 것에 바탕을 둔 말이고,
“견(犬)”은 개가 사람의 눈에 보이는 모습에 바탕을 둔 말이고,
“도그(dog)”은 사람들이 그냥 어떤 것을 "개"라고 싸잡아 일컫게 된 것에
바탕을 둔 말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그냥 말을 만들고 쓰는 것이 아니라 나름으로
어떠한 바탕치를 잣대로 삼아서 말을 만들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