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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널리.알림

2023/12/06(22:13) from Anonymous Host
작성자 : 기ㅏ^ㅗ모.발라>+김정락>누리	조회수 : 1167 , 줄수 : 53

그림 속 움직임

회화 속의 시간

뤼미에르에 의해 영화의 시대가 열리면서,
박제된 시간의 단면만을 보았던 사람들은
움직이는 영상을 경험하게 되었다.
영화는 문학과 음악에서나 가능한 시간을
시각문화 속으로 끌고 왔다.
초당 24개의 프레임을 발사하는 영사기는
잔영(상)을 이용하여 멈추어진 그림에
생기와 활동을 불어넣는다.
사진 때문에 위기를 경험했던 회화는
영화에 이르러서는 모종의 절망감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런 기술적인 발전에 맞서는
미술가들도 등장하였다.
개개의 이름보다는 이탈리아의 근대회화운동 중
하나였던 ‘미래파(Futurismo)’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쟈코모 발라(Giacomo Balla, 1871-1958)의
작품들은 영화의 시간을 어떻게 회화로 재현할 것인가를
고민했던 흔적들이다.
1912년에 발라는
<목줄을 찬 개의 역동성(Dinamismo di un cane al guinzaglio)>란
작품으로 회화에 시간을 담았다.
우연찮게도 뒤샹의 입체파의 형상성을 빌려와
그린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裸婦)>가 등장한 것도
같은 해였다.
입체파가 공간을 다각적으로 본 것을
종합한 양상을 만들어냈다면, 발라와 뒤샹은
시간의 시간들을 한 화면 위에 전개해 놓았다.
발라의 강아지가 우다다다다 달리는 모습은
어쩐지 익숙하다.
우리는 만화에서 그런 표현을 보았기 때문이다.
만화가들에게 발라는 선구자였다.

역동성(Dynamism)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는
미래파의 보편적인 시각이었다.
그래서 자동차, 기관총, 영화 따위의 발명품들은
미래파에 속한 예술가들을 매료했다.
당시 미래파의 담론을 이끌었던 시인
마리네티(Marinetti)는 “니케 여신상보다
질주하는 자동차가 더 아름답다”고 토로했다.
현대문명에 대한 찬사는 기술이 신의 능력을
추월했다는 자신감과 그 기술이 만들어낸 날
렵한 형태들에게 쏟아졌다.
그러나 불과 몇 년 후 문명의 이기들이 인간들을
대량학살로 몰아갈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Giacomo Balla, Dinamismo di un cane al guinzaglio, 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