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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널리.알림

2022/04/07(18:40) from Anonymous Host
작성자 : 최봉영	조회수 : 3041 , 줄수 : 141

세종대왕이 .'나랏말' .'대신 .'나랏말씀'이라고 . 썼던 . 이유는 ?

《'말'과 '말씀'》

한국사람은 ‘말’과 ‘말하다’, ‘말씀’과 ‘말씀하다’를
아울러 쓰고 있다.
사람들은 ‘말’을 바탕으로 ‘말하다’를 말하고,
‘말씀’을 바탕으로 ‘말씀하다’를 말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하다’와 ‘말씀하다’의 바탕이 되는
‘말’과 말씀‘이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지 잘 알지 못한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말씀’을
“1. 남의 말을 높여 이르는 말. 2. 자기의 말을 낮추어 이르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말씀’이라는 하나의 낱말을 가지고서,
어떻게 남을 높이는 일과 자기를 낮추는 일을 함께 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는 마치 사람들이 '밥'이라는 하나의 낱말을 가지고서,
남을 높이는 일과 자기를 낮추는 일을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남이 먹는 밥을 높여서 말할 때, ‘수라’나 ‘진지’나 ‘식사’와 같은 말을
따로 만들어서 써왔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말씀’의 뜻을 이상하게 풀어놓은 것은
‘말’과 ‘말씀’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 깊이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이 지은 훈민정음의 서문은 첫마디가 ‘나랏말씀’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제까지 누구도 ‘나랏말씀’에 나오는 ‘말씀’이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지 또렷하게 풀어내지 않았다.
이러니 사람들은 ‘나랏말씀’을 줄곧 ‘나랏말’로 풀어왔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말씀’의 뜻을 좇아서 ‘나랏말씀’을 풀어보면,
세종대왕이 명나라의 말을 높이고, 조선의 말을 낮추기 위해서 일부러
‘나랏말씀’으로 썼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된다고 할 수 있는가.

한국사람은 ‘말’을 소리에 담아서 드러내는 것을 ‘말하다’라고 말하고,
‘말씀’을 소리에 담아서 드러내는 것을 ‘말씀하다’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는 ‘말’과 ‘말씀’을 소리에 담아서 밖으로
드러냄으로써, 어떤 것에 대한 뜻을 함께 더불어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한국말에서 '말'은 ‘말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말이다.
‘말다’는 “~지 말아라”라고 말할 때의 ‘말다’와 ‘~고 말았다’라고
말할 때의 ‘말다’를 하나로 아우른 것이다.
“~지 말아라”에서 ‘말다’는 ‘무엇을 그만두다’의 뜻으로
쓰이는 것으로서, 임자가 하고 있거나 하려고 하는 무엇을 금안에 두어서
그냥 그대로 있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테면 “너는 움직이지 말아라”라고 말하는 것은 네가 움직이거나
움직이려고 하는 것을 그냥 그대로 금안에 두어서,
움직이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고 말았다”에서 ‘말다’는 ‘끝을 보다’의 뜻으로
쓰이는 것으로서, 일어나고 있는 무엇이 끝장을 보게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그는 움직이고 말았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에게 일어나던
움직이는 일이 끝장을 보게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한국말에서 ‘말’은 ‘마는 것’으로서, 사람들이 무엇을 어떤 말소리에
담아서, 무엇을 어떤 말소리로 여기는 일이 그냥 그대로 금안에 머물러서,
완전히 끝에 이르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테면 ‘딸기’라는 말은 사람들이 무엇을 ‘딸기’라는 말소리에 담아서,
그렇게 일컫는 일이 그냥 그대로 금안에 머물러서,
완전히 끝에 이르게 됨으로써, ‘딸기’라는 것이 온전하게
하나의 말이 되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되면 무엇을 ‘딸기’라는 말로 부르는 일을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

한국말에서 입으로 하는 ‘말(:言)’은 곡식이나 술과 같은 것의 부피를
헤아리는 ‘말(:斗)’과 바탕을 같이 한다.
사람들이 ‘말(:斗)’을 가지고서 어떤 것의 부피를 헤아리는 것은
어떤 것을 ‘말(:斗)’에 담아서, 금안에 가득 차도록 만들어서
한 말, 두 말 따위로 헤아리는 것을 말한다.

한국사람은 어떤 것의 뜻을 헤아리는 ‘말(:言)’을 으뜸으로 여기는 것과
함께 어떤 것의 부피를 헤아리는 ‘말(:斗)’을 으뜸으로 여겼다.
‘말(:斗)’은 열 되가 들어가는 것으로서, 부피를 헤아리는 도량형 가운데
가장 큰 것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말(:言)과 말(:斗)을 바탕으로, 어떤 것 가운데서
으뜸으로 여기는 것에 ‘말’이라는 말을 붙여서 말매미, 말잠자리,
말거미 따위로 일컬어 왔다.

한국말에서 ‘머리’는 동물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온갖 것을
헤아리는 곳을 일컫는 말이다.
옛말에는 ‘머리’와 ‘마리’를 함께 썼는데, ‘머리’와 ‘마리’는
모두 으뜸이 되는 것을 뜻한다.
‘머리’는 ‘멀다’에 바탕을 둔 ‘멀+이’로서,
무엇을 헤아리는 일이 멀리 뻗히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고,
‘마리’는 ‘말다’에 바탕을 둔 ‘말+이’로서,
무엇을 헤아리는 일에서 잣대로 삼는 ‘말(:言)’과 ‘말(:斗)’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람들은 ‘머리’와 ‘마리’에서 볼 수 있는 헤아리는 일을 가지고서,
우두머리에 자리하고 있는 왕(王)을 마립간(麻立干), 매금(寐錦) 따위로
부른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을 잘 하려면, 말로써 생각을 펼치는 일을 잘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사람들은 생각하는 머리가 잘 돌아가야 하고,
잘 굴러가야 하고, 생각하는 머리를 잘 굴려야 하고, 잘 써야 한다.
이런 까닭으로 사람이 가장 힘을 쏟아야 하는 일은 생각하는 머리를
좋게 만들어서 말로써 느끼고, 알고, 바라고, 이루는 일을 깊고 넓게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한국사람은 말 가운데서 바르게 잘 차린 말을 ‘말씀’이라고 일컫고,
‘말씀’을 밖으로 드러내어 말하는 것을 ‘말씀하다’라고 일컫는다.
‘말씀’은 옛말이 ‘말쌈(아래아 ᄊᆞᆷ)’으로서
‘말+싸(아래아 ᄊᆞ)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말+싸다’에서 ‘싸다’는 ‘쌓다’를 뜻하는 옛말로서,
사람이 뜻을 바탕으로 무엇을 쌓아서 무엇을 세우는 일을 뜻하는 말이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탑을 쌓아서 탑을 세우고, 공을 쌓아서 공을 세우고,
덕을 쌓아서 덕을 세우는 것과 같은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무엇을 쌓아서 무엇을 세우는 일은 오로지 위쪽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리저리 옆으로 벗어나는 일이 있을 수 없다.
사람들이 말을 쌓아서 말을 세우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말을 쌓아서 말을 세우는 일이 하나하나 제대로 바르게 이루어지면,
그것을 ‘말씀’이라고 일컫는다.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에는 "말이 되는 말"과 "말이 되지 않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말이 되는 말"을 "말 같은 말"이라고 일컫고,
"말이 되지 않는 말"을 "말 같지 않은 말"이라고 일컫는다.
사람들은 "말이 되는, 말 같은 말"을 '말씀'이라고 높여서 말하고,
그렇지 않은 말을 헛소리, 개소리, 잡소리, 군소리, 잠꼬대 따위로
낮추어서 말한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에서 ‘나랏말’이라고 하지 않고,
‘나랏말씀’이라고 한 것은 말을 쌓아서 세우는 일이 바르게
잘 이루어진 말씀을 바탕으로 모든 일이 이루어졌음을 밝힌 것이다.

한국사람은 말이라는 말을 입에 붙이고 살아간다.
사람들은 말을 하면서, 제가 하는 말을 또박또박 짚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내가 말이야, 어제 저녁에 말이야, 집에 늦게 들어갔는데 말이야,
갑자기 옆집에서 ‘도둑이야’라고 외치는 소리가 나서 말이야,
그쪽을 쳐다보니까 말이야, 모자를 눌러쓴 어떤 남자가 대문에서
튀어나가는 것을 보게 되었단 말이야,
그래서 엄청 크게 놀랐단 말이지”에서 말을 하고 있는
‘나’는 내가 무엇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스스로 하나하나
또박또박 짚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기분에 이끌려서 말을 하기 때문에 말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로
다를 수 있다.
사람들은 건네는 말, 던지는 말, 내뱉는 말, 쏟아내는 말, 지껄이는 말,
늘어놓는 말, 떠드는 말, 따지는 말, 꾸짖는 말, 나무라는 말,
쏘아붙이는 말 따위로 말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기분에 휩쓸리다보면,
알맞지 않은 방식으로 말하는 일이 많아서,
말을 하더라도 말을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할 때가 많다.
이러니 사람들은 말을 주고받을 때는 언제나 알맞은 말을 골라서
말씀에 어울리는 말을 말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