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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03(14:30) from Anonymous Host
작성자 : 주시경 조회수 : 6571 , 줄수 : 37
한.나.라.말

말은 사람과 사람의 뜻을 통하는 것이라.

한 말을 쓰는 사람과 사람끼리는 그 뜻을 통하여 살기를 서로 도와줌으로,
그 사람들이 절로 한 덩이가 되고,
그 덩이가 점점 늘어 큰 덩이를 이루나니,
사람의 제일 큰 덩이는 나라라.

그러함으로 말은 나라를 이루는 것인데,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리나니라.
이러하므로 나라마다 그 말을 힘쓰지 아니할 수 없는 바니라.

글은 말을 담는 그릇이니,
어지러짐이 없고 자리를 반듯하게 잡아 굳게 선 뒤에야 그 말을 잘 지키나니라.
글은 또한 말을 닦는 기계니,
기계를 먼저 닦은 뒤에야 말이 잘 닦아 지나니라.
그 말과 그 글은 그 나라에 요긴함을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으나,
다스리지 아니하고 묵히면 덧거칠어지어 나라도 점점 내리어 가나니라.

말이 거칠면 그 말을 적는 글도 거칠어지고,
글이 거칠면 그 글로 쓰는 말도 거칠어지나니라.
말과 글이 거칠면 그 나라 사람의 뜻과 일이 다 거칠어지고,
말과 글이 다스리어지면 그 나라 사람의 뜻과 일도 다스리어지나니라.

이러하므로 나라를 나아가게 하고자 하면 나라 사람을 열어야 되고,
나라 사람을 열고자 하면 먼저 그 말과 글을 다스린 뒤에야 되나니라.
또,
그 나라 말과 그 나라 글은,
그 나라 곧 그 사람들이 무리진 덩이가 천연으로 이 땅덩이 위에 홀로 서는 나라가 됨의 뜻별한 빛이라.

이 빛을 밝히면 그 나라의 홀로 서는 일도 밝아지고,
이 빛을 어둡게 하면 그 나라의 홀로서는 일도 어두어 가나니라.

1910년 6월 10일 <보성친목회보> 제 1호

1876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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