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에는 이상할 만큼 극단적인 감정의 상태가 있어서, 때때로 '울'상태와 '조'상태를 되풀이하는 수가 있다. 분열증에 비하면 이와 같은 증상에서는 현실과의 괴리는 그다지 없다. 환자는 자기세계와 주위세계의 구별을 알고 있는 것이다. 변화한 것은 자신이라는 사실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도 할 수 없는 감정상태에 휩쓸려 들어가 몸부림친다. 분열증과 같이 그림의 중심이 되는 것은 역시 상처입은 자신의 정신이다. 울병 환자는 보통 그림에는 그리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역시 그림을 그리는 편이 용이한 모양이다. 그래서 그림 가운데에 구제될 수 없는 절망의 심층에 대한 증거를 갖고 있다. 울병환자가 그리는 인물은 심한 자기혐오와 수치심을 나타내는 포즈를 취하며 색채는 어둡고 흑색이 도는 빨간색 등을 배색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죽은 사람으로 간주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위의 자화상은 울병에 걸린 중년여성이 그린 것인데, 버림받아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검은 빛을 띤 빨간색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데, 이 배경은 자기가 범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죄를 나타내고 있다.
그녀는 의사에게 "나는 나쁜 여자입니다. 빨간색에 둘러쌓인 흑색입니다" 라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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