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곳집 |
| 2023/09/13(01:16) from Anonymous Host | |
| 작성자 : 잔.벨멜 >+ 김정락 > 누리 | 조회수 : 8 , 줄수 : 58 |
| 베르메르의 회화의 예술 |
|---|
 내려받기 :
Jan_Vermeer_303702807_5908609959191194_4389013417344145440_n.jpg
(54 Kbytes)
|
|
Jan Vermeer 303702807_5908609959191194_4389013417344145440_n.jpg <베르메르의 회화의 예술> 17세기 중반부터 네덜란드의 회화는 큰 변화를 겪는다. 세기 중반까지 프란츠 할스나 렘브란트와 같은 인물이 주도하는 강한 명암대비에 극적인 연출로 역사와 신화를 다루었다면, 중후반에는 보다 일상성에 가까운 사실주의와 다양하고 풍부한 채색 그리고 오감을 자극하는 미시적 재현에 몰두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 대표적인 화가가 얀 베르메르(Jan Vermeer, 1632-1675년)이다. 여러분이 기억하고 계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그의 손에서 나왔다. 살아생전에 화가는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며, 남아있는 진품도 당대의 화가들에 비하면 미미하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 렘브란트를 별도로 치면, 가장 선호하는 네덜란드 화가가 되었다. 덕분에 수많은 위작들도 횡횡했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할 기회를 갖겠다. 아무튼 그의 작품들은 형형한 색상과 차분하면서도 품격 있어 보이는 구도와 인물의 묘사로 수집가들의 소유욕에 불을 질렀다. 이에 부응한 인물 중에는 아돌프 히틀러, 헤르만 괴링 등 나치의 지도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베르메르의 작품제목이 <회화의 예술>이다.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그림은 회화라는 장르가 어떻게 예술이란 지위를 가지는지 혹은 회화를 이루는 토대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설명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제목에 걸 맞는 그림 속 이야기를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되겠다. 그림 속에 포함된 여러 대상들이 저마다 메타포(은유)를 형성한다. 우선 회화에 필요한 요소들만 나열해 보자. 화가(남자), 모델(여자), 화구와 캔버스, 빛이 필수적이다. 거기에 상위개념들을 더했다. 지도(풍경), 악기(음악), 책(역사와 지식), 석고상(조각) 등이 화가가 지녀야 할 기초적인 지식을 비유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필자의 눈에는 커튼이 거슬린다. 거의 그림의 3분 1을 차지하는 커튼은 광경을 가로막는 장애물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과 회화를 나누는 경계로서는 분명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언제든지 그림을 가릴 요량이라는 것과 이로 인해 그림이 지닌 아우라에 대한 메타포라고 할 수 있겠다. 비유하자면 반투명의 면사포로 가려진 여인의 얼굴이 신비롭게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인 효과이다. 즉 관객의 자유로운 감상은 언제든 차단될 수 있다는 묘한 감정을 얹어놓은 것이다. 더구나 그림 속의 모든 색은 이미 커튼에 담겨져 있다. 그러므로 커튼 자체는 일종의 팔레트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나아가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뒷모습은 자화상적인 요소를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도 예술의 대상이자 모티브라는 설정을 강조한다. 여성모델이 보여주는 뮤즈, 특히 트럼펫을 들고 있는 파마(fama)를 상징하는 뮤즈가 화가의 작품이 곧 명성(famous)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그러니 회화가 지닌 형식적, 인식론적 그리고 사회적 의미를 모두 총합한 것이 바로 이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Jan Vermeer, The Art of Painting, 1666-67.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