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씨의 산들. 전시장바닥에 쇳가루로 그린 쇳가루 회화다.
3층 메인갤러리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에 병풍처럼 써있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것과 작은 것을 잴 수 있을까. 마치 관객에게 던져진 화두같은 이 글귀는 쇠조각을 갈아 나온 쇳가루를 물에 개어 눈을 감고 써내린 일종의 쇳가루 서예다. 그 옆에는 검은 나무 사진이 있다. 그것도 실제는 쇳가루를 바닥에 펴서 나무 모양으로 만든 후 고해상도 사진촬영을 한 것이다.
쌈지스페이스에서 12월20일까지 개인전을 열고 있는 김종구씨. 그에겐 쇳가루작가라는 타이틀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예전엔 주로 쇠를 갈아 만든 수직형 오브제를 선보였고 이번엔 쇳가루 자체를 조형화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쇠를 가는 작업은 조각에서 물질을 깎아내는 전통적 기법의 하나다. 그러나 그에게 쇠를 간다는 것은 물질과 나자신과의 충돌을 유발함으로써 생겨난 어떤 상황이다. 쇠를 가는 행위 자체에 비중을 두는 그의 작업은 쇠를 가는 과정에서부터 그렇게 해서 얻어낸 결과물까지를 전부 포함한다.
1층 차고갤러리에서는 작가의 쇠가는 과정이 실연된다. 산소호흡기를 멘 그가 진공관안에서 쇠를 간다. 바닥에 떨어지는 쇳가루와 먼지들은 작가의 발에 밟혀 매순간 모양을 바꾸는 조형물이 된다. 관객들은 바닥에 설치된 비디오 카메라를 통해 쇳가루들이 만드는 조형미를 감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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