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와 그리스 도시국가 사이의 대립은 장대한 역사의 파노라마이다．동방을 통일한 페르시아가 그 솟구치는 힘으로 아테네,스파르타 등을 정복하려 했으나 마라톤 전투(B.C 490)와 살라미스 해전(B.C 480)에서 치명적인 패배를 맛보았다．역사가들은 이를 동서양 최초의 대결로 해석하고 있다．그로부터 150여 년이 지나 마케도니아에서 일어나 그리스를 접수한 알렉산더 대왕은 그 페르시아를 멸망시키는 역전극을 연출하였다．
알렉산더는 헬레니즘이라는 새 시대(334∼31 B.C)를 열만큼 강렬한 힘과 넘치는 지혜,뛰어난 도덕성과 야망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당시의 흉상과 주화가 보여주듯 깊은 눈과 이마의 짙은 주름,두터운 목덜미 등은 그가 강인한 신체의 단련자이며,야성 속에 깊게 자리잡은 탁월한 지력의 소유자임을 감지케 한다．이런 아름다운 탄력성 때문인지 그는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의 소재가 되어왔다．
이런 알렉산더가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3세(336 B.C∼330년 재위)와 세기의 대결을 벌인 곳이 잇수스 전투(B.C 333)．페르시아는 그후 2년여를 지탱했지만 당시 패배는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이었다．그러한 역사의 위기점을 증언이나 하듯 두 왕의 잇수스 전투 장면(80년경)은 절박하고 장엄하기까지 하다．이 모자이크 벽화는 폼페이의 벽화를 그대로 나폴리 박물관에 옮겨온 것으로 길이 16피트,넓이가 8피트나 될만큼 거대하다．알렉산더는 그 결연한 미소년 같은 얼굴로,황금빛 갑옷 속의 기품이 뚜렷한 채 왼편에서 다리우스를 향하여 치달려 들어온다．다리우스는 당황한 얼굴로 추적자를 뒤돌아보는데 이미 도망가는 자세다．중앙에 단축법으로 그린 말의 맥진과 마차 밑에 쓰러져 방패에 비치는 병사의 얼굴이 전투의 처절함을 사실적으로 전한다．중앙에는 잘려진 한 그루의 죽은 나무가 그 들녘의 스산함을 더하고…．
알렉산더 대왕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지만 19세기 제국주의자들이 그를 서방문명의 동방에의 메신저로 평가하고 이를 자신들의 동방 식민화를 정당화하는데 이용했던 점은 흥미롭다．그러나 이 그림의 중심인물은 누구일까．알렉산더는 옆으로 빗겨나간 감이 있고 오히려 패자 다리우스가 압도적으로 화면을 점하고 있다．다리우스를 보호하려 죽어가는 병사들이 더 역동적이기까지 하다．그렇다면 등장인물 가운데 누가 진정한 승자일까．알렉산더 사후 130여년 뒤에 이 그림을 그린 작가는 오직 역사만이 승자라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했는지 모른다．이 전투 후 2년여만에 다리우스는 살해되었고 알렉산더조차 10여년후 33세라는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떴기 때문이다．역사 앞에 모두 겸손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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